대한산부인과의사회 공식 매거진『SPECULUM』2009.10월호 “SPECIAL THEME” 기고
이형근 대표원장 리즈레이저센터

 

 

한국 의료관광의 활성화를 위한 제언

  

 

환자 1인이 자국이 아닌 해외에서 의료시술을 받을 때, 동반자를 포함하여 지출하는 관광지출비용이 의료비의 4배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때문에 ‘의료관광’은 고부가가치 국가사업의 일환으로 최근 세계적으로 각 나라마다 외국관광객 유치를 위한 화두로 내세우고 있는 추세다.

 

치료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 타국으로 건너가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했던 것이 의료관광의 초기 모습이라면, 오늘날은 실속과 wellbeing을 추구하는 개념에서 의료관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달은 고품질의 합리적 비용을 추구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소비심리에 선택의 폭을 획기적으로 넓혀 주었고, 바야흐로 의료계에도 국제시장의 시대가 펼쳐지게 되었다.

 

지난해 2만여명 한국 찾아, 한국 의료관광 본격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의료관광하기 좋은 나라 가운데 의료서비스 수준이 세계 58위인 우리나라도 그 동안 IT인프라를 바탕으로 우리의 우수한 의료수준을 내세워 국가, 지자체, 병원일선에서 저마다 외국관광객 유치를 위한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5월부터는 환자 유인알선 행위를 불법으로 금하던 의료법상의 규제가 해제됨으로써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기관의 마케팅 활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국제의료관광협회(MTA)의 아시아 지부를 진흥원 내에 유치하여 각국에서 의료관광 컨벤션을 개최하는 등 국제적 활동을 펼치고 있고, 한국관광공사는 27개 해외 지사를 의료관광의 홍보채널로 적극 활용하는 한편, 의료관광전문 코디네이터 양성과정을 운영하는 등 관광객 유치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부산, 대구, 인천 등 지자체에서도 앞다투어 의료관광의 중심도시라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서울 강남구는 Medical Street 의료특구를 조성하는 한편,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와 공동으로 일본 로드쇼를 개최하는 등 지역 병원의 공동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최근 보건복지가족부는 산하에 사단법인 협회를 설립하여 의료관광사업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는데, 이미 1천여 개의 의원급 기관들이 협회에 가입하는 등 각계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로 인해 지난 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 환자는 2만여명.

연간 100만 명 이상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싱가포르, 인도, 태국 등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이지만, 지난 2005년 760여명에 불과했던 기록에 비하면 3년 새 30배 가량이나 성장한 수치다.

 

이는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이 선진국 수준이지만 의료비는 그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더욱이 최근의 한류 바람이 의료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한국 의료관광은 지금 확대일로에 있다.

 

의료관광의 중심은 ‘의료’가 되어야

 

그러나, 현재 한국 의료관광의 모객 형태는 다소 기이한 형태를 띠고 있다.

 

대체로 여행사가 모객의 주체가 됨으로써 의료시술 보다는 관광이 중심이 되고 있는 것. 의료관광이라 이름한 일반적인 관광상품의 구성을 보더라도, 3박4일 정도의 일정으로 맛집과 관광명소를 찾고 쇼핑을 즐기는 가운데 남는 시간을 할애하여 스킨케어 등 간단한 시술을 받는 등의 일정이 대부분이다. 과연 이것을 ‘의료관광’이라 할 수 있을까?

 

이미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의 성형분야만 보더라도, 안면윤곽이나 가슴성형 등의 시술을 3박4일의 관광일정 중에 소화할 수 있겠는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고품질의 의료서비스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의료’를 위한 관광상품의 개발이 시급한 시점이다.

 

결국 고부가가치의 의료관광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의료서비스 자체가 관광의 주된 목적이 되게 함으로써 외국인으로 하여금 한국에 대한 관심을 유발 시키고, 이를 관광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

 

의료관광,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나?

 

한국의 의료관광 유치는 크게 보험과 비보험 분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보험이 적용되는 질환 진료를 위주로 하는 대학병원급 기관에서는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 :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인증 등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의료품질의 기준을 획득한다면, 가격경쟁력으로 충분히 해외환자의 유치활동이 가능하다.

 

반면, 의원급에서 JCI와 같은 국제인증을 받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따르는데다, 높은 의료수준에 낮은 의료비용이 현재 한국 의료관광을 활성화 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자칫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무분별한 국제화 전략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제살 깎아먹기에 불과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때문에 의원급 기관이 해외환자 유치를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앞세운 새로운 의료영역이나 신상품 개발로 환자들이 한국을 찾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일례로 한국의 성형수술분야는 이미 세계적으로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있으며 메티컬 스킨케어 역시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의 산부인과 의료수준은 또 어떠한가? 불임분야의 경우 우리의 기술력은 세계가 입증한 바 있으며 최근 레이저 여성성형 역시 안티에이징 분야에서 블루오션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레이저 여성성형이 시술된 지는 9년이라는 기간이 흘렀고 그 동안 술기도 획기적 발전을 거듭해왔지만, 아시아의 선진국인 일본에서 마저 레이저 여성성형은 개념조차 일반화 되지 않은 새로운 영역이다. 지난 4월 일본의 동경과 오사카에서 열렸던 한국 의료관광 설명회에서 50대 Senior Communication 회원들이 보여준 레이저 여성성형에 대한 뜨거운 관심만 보더라도 그렇다.

 

한국식 차별화된 의료서비스와 진료영역 개발로 high cost의 고품질 의료서비스 창출만이 ‘왜 한국으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해답이 될 수 있다.

 

올바른 의료관광 정착을 위한 시사점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몇 가지 부분을 짚어 보고자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의료영역의 블루오션 창출을 통한 차별화된 의료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환자와의 언어소통 문제다.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일종의 치료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치료의 과정이 불만족스럽고 전문적이지 못하다면 이어질 시술이나 환자의 사후 만족도를 기대할 수 없다. 의료진과의 충분한 친밀감과 명확한 의사소통은 의료사고의 예방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의원급 기관에서 의료전문 통역사를 상시 보유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이는 정부 차원의 의료관광 활성화 정책에 의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를테면, 정부가 범국가 차원에서 의료관광을 위한 교육기관을 설립해 의료전문 통역사를 양성하고 일선 병의원이 필요할 시 잘 훈련된 전문인력을 투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곧 환자의 한국의료에 대한 신뢰도까지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복지부가 의료관광사업을 위한 예산을 올해 30억원에서 내년 200억원으로 대폭 확충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의원급 기관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부대사업을 활성화 하기를 기대한다.

 

세 번째로 중요한 것은 해외환자를 모객하는 마케터나 여행사 등의 비용처리 문제다.

시장의 원리로, 마케터의 입장에서는 커미션을 많이 제공하는 병의원에 환자를 우선 유치해주기 마련이다. 마케터에 제공되는 커미션은 의료기관의 부담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환자의 부담이 되기도 한다.

복지부가 예상하는 적정 커미션율은 시술비의 10% 정도로 책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용처리가 투명하지 못하여, 경우에 따라 동일한 시술의 비용이 현격히 차이가 난다면 이는 곧 한국 병의원에 대한 불만과 불신의 결과를 낳게 된다.

병의원에서도 보다 많은 환자를 유치하기에 급급해 비용에 대한 기준점을 깨트리게 되는 경우는 없어야 하겠다.

 

네 번째로 중요한 것은 사후관리 문제다.

부작용 없는 의료시술은 없는 법. 아무리 부작용의 염려 없는 안전하고 간단한 시술이라 해도 환자는 만일에 대한 대비를 원한다. 합병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즉시 해결이 가능한 사후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

환자가 이미 본국으로 돌아간 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는 더 곤란해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른 비용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환자가 본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현지의 병원에서 전문적인 사후관리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더 없이 좋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병원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고, 이러한 시스템은 이미 하나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다섯 번째로 중요한 것은 의료사고에 대한 대비 문제다.

현재, 의료관광의 대세에 많은 병의원들이 편입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의료사고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갖춘 곳은 어느 정도나 될까?

물론, 의료사고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언제나 대비는 필요한 법. 의료분쟁 시 우리나라의 법률 기준으로 소송이 진행될지 환자모국의 법률 기준으로 진행될지에 대해서도 뚜렷한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외국의 의료분쟁 발생 시 배상규모는 국내 기준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많은 민영 보험사들이 의료관광과 관련된 국제적 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은 많은 의원급 기관에서 그러한 상품에 가입하기는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여 싱가포르의 경우, 외국환자의 의료소송 시 배상액의 일정부분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굉장히 현실적인 지원시스템인 셈이다.

앞서도 말 하였지만, 우리 정부도 이와 같은 실질적인 지원제도를 마련하여 의원급 기관의 해외환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독려해야 한다고 본다.

 

이상에서 짚어본 바와 같은 몇 가지 문제들이 안정화 되면, 분명 한국 의료는 충분한 국제 경쟁력을 갖추어 남미와 싱가포르, 인도, 태국 등 일부 국가에 집중되어 있던 현 의료관광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의료관광’ 국가 新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다른 나라 이야기를 한 가지 해보겠다.

 

스위스에 라프레리 클리닉이란 곳이 있다. 이곳은 일주일, 열흘 등 단위 프로그램당 비용이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anti-aging 전문 클리닉이다. 라프레리 클리닉이 젊어지는 곳으로 유명세를 떨치자, 이곳은 라프레리 브랜드를 이용한 화장품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오늘날 라프레리 화장품은 고급 anti-aging 화장품 브랜드로 전 세계에 수출되고 있는데, 모체인 클리닉보다 훨씬 더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면서 스위스의 국가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의료를 위해 국경을 넘는 환자수는 연간 2,600만여 명, 의료관광의 규모는 265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시류에 발맞추어, 한국의 의료관광을 활성화 시킴으로써 우리의 우수한 의료수준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의료관광의 활성화는 곧 우리의 의료가 산업화 되는 발판을 마련해 줄 것이고, 의료의 산업화는 한층 더 발전된 모습으로 의료관광을 활성화 시키는 동력이 될 것이다.

 

그렇다. 그 동안 우리나라를 발전시켜온 효자산업이 IT(Information Technology)였다면, 이제는 BT(Bio Technology), HT(Healthcare Technology)에 세계화를 향한 국가발전의 거점을 두고, 의료산업을 차세대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본다.

 

‘라프레리’ 하면 스위스가 연상되듯이 ‘의료’ 하면 전 세계 사람들의 뇌리 속에 대한민국이 떠오를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하며, 이제는 지체 없이 국가, 의료계, 관광업계 모두가 한국 의료의 선진화와 의료산업의 국가브랜드화를 위해 한 데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